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평가할 때 시장의 관심은 거의 대부분 HBM과 DRAM에 집중되어 있다.
하이닉스는 HBM 경쟁력으로 프리미엄을 받고 있고, 삼성전자는 HBM 회복 여부와 파운드리 적자 축소가 주가의 핵심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낸드다.
지금까지 시장은 낸드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핵심 평가 요소로 크게 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낸드는 과거부터 가격 변동성이 크고, 공급 과잉이 자주 발생했던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낸드 가격이 오르더라도 시장은 이를 구조적인 성장이라기보다 일시적인 사이클 회복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낸드 사이클은 과거와 조금 다를 수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PC 수요가 회복되는 정도가 아니라, AI 서버에서 고성능 SSD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서버는 GPU와 HBM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기 위해서는 고성능 스토리지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엔터프라이즈 SSD, 즉 eSSD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AI 학습과 추론이 동시에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저장장치의 속도와 안정성도 점점 중요해진다.
이 점에서 낸드는 더 이상 단순한 범용 메모리로만 볼 수 없다. AI 인프라의 한 축으로 다시 평가받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에게 낸드가 중요한 이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안에서도 DRAM과 낸드를 모두 크게 가지고 있는 회사다. 최근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볼 때 HBM에서 하이닉스보다 뒤처졌다는 점, 파운드리 부문의 적자 부담, 모바일과 가전 부문의 낮은 성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낸드가 강하게 회복되면 삼성전자의 투자 포인트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낸드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대략 10%대 중반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더 중요한 것은 매출 비중보다 이익 기여도다. AI 서버용 eSSD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이어진다면 낸드의 영업이익률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즉, 삼성전자는 HBM에서만 평가받는 회사가 아니라 DRAM, 낸드, HBM 회복 가능성, 파운드리 턴어라운드 옵션을 모두 가진 회사로 재평가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에 비해 HBM 프리미엄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낸드 이익이 예상보다 크게 나오면 시장은 삼성전자에 대해 “생각보다 이익 체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하이닉스에게 낸드는 어떻게 반영될까?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대표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낸드가 좋아지더라도 당장 시장의 시선은 HBM에 더 오래 머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하이닉스 역시 낸드와 eSSD 쪽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익 기여가 생길 수 있다. 특히 Solidigm을 포함한 엔터프라이즈 SSD 사업이 좋아진다면, 하이닉스는 단순히 HBM만 잘하는 회사가 아니라 HBM과 고성능 SSD를 함께 보유한 AI 메모리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하이닉스는 이미 HBM 기대감이 주가에 많이 반영된 상태다. 따라서 낸드가 추가로 주가에 반영되려면 단순히 “낸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실제 실적에서 낸드 이익이 컨센서스를 끌어올릴 정도로 확인되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낸드가 반영되면 할인 요인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하이닉스는 낸드가 반영되면 기존 HBM 프리미엄 위에 추가 이익축이 붙는 효과가 있다.
둘 다 긍정적이지만, 주가 반응의 형태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낸드는 언제부터 주가에 반영될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시점이다.
현재 시장은 낸드 가격 상승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 이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핵심 밸류에이션 변수로 크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낸드가 좋아진다는 뉴스보다, 실제 분기 실적에서 얼마나 이익으로 연결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낸드가 유의미하게 반영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2026년 2분기 실적 확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1차 반영 시점은 7월 말에서 8월, 더 강한 반영 시점은 3분기 실적이 가시화되는 9월에서 10월 정도로 볼 수 있다.
만약 2분기 실적에서 낸드와 eSSD의 이익 기여가 예상보다 크게 확인된다면,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추정치가 상향될 수 있다. 그리고 3분기에도 가격 상승과 수요 강세가 이어진다면 시장은 낸드를 일시적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이익원으로 보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낸드 가격이 빠르게 피크아웃하거나, 공급 증가 우려가 빨리 커진다면 주가 반영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가격 상승률이 아니라 몇 개 분기 동안 높은 마진이 유지되는지다.
시장이 낸드를 무시하기 어려워지는 조건
낸드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eSSD 수요가 계속 강해야 한다.
AI 서버 투자가 이어지고, 데이터 저장과 처리 수요가 증가해야 낸드 수요가 구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둘째, 낸드 가격 상승이 실적에 반영되어야 한다.
가격 상승 뉴스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분기 실적에서 낸드 이익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한다.
셋째, 공급 증가 우려가 제한적이어야 한다.
메모리 업종은 가격이 오르면 공급 증가 우려가 따라온다. 낸드 역시 마찬가지다. 공급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신호가 나오면 시장은 다시 사이클 피크를 걱정할 수 있다.
넷째, 회사들이 컨퍼런스콜에서 낸드와 eSSD에 대해 강한 톤을 보여줘야 한다.
시장이 낸드를 다시 평가하려면 기업의 설명도 중요하다. 특히 AI 서버용 SSD 수요가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요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결론: 낸드는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는 대부분 HBM과 DRAM 중심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AI 서버 투자 사이클이 확장되면서 낸드, 특히 엔터프라이즈 SSD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시장은 낸드를 아직 독립적인 리레이팅 변수로 크게 평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적 숫자가 커지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에게 낸드는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이익축이 될 수 있고, 하이닉스에게는 HBM 프리미엄 위에 붙는 또 하나의 성장축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시점은 2026년 2분기와 3분기 실적 시즌이다.
이때 낸드와 eSSD 이익이 실제로 확인된다면, 시장은 더 이상 낸드를 무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핵심은 이것이다.
HBM은 이미 시장이 보고 있는 재료다.
하지만 낸드는 아직 덜 반영된 재료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다음 리레이팅은 어쩌면 HBM이 아니라, HBM 뒤에 가려져 있던 낸드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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